C.Debussy - Suite Bergamasque, L. 75 - III. Clair De Lune
Classical Music/Story of Pieces

C.Debussy - Suite Bergamasque, L. 75 - III. Clair De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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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제 3번, 달빛

Debussy Suite Bergamasque - III. Clair De Lune

연주 :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Performance : Alexis Weissenberg

 

 

평온하게 숨쉬는, 음악사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감긴 부드러운 음향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에 포함된 세 번째 곡이며,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드뷔시가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모(Bergamo)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와 1890년에 작곡한 곡이다.

당시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인들과 예술 세계에 깊이 동화하며 친분을 나눴는데, 폴 베를렌(Paul Verlaine 1844 - 1896)의 시집 《화려한 향연(Fêtes galantes)》을 읽고 그 중 <달빛(Clair De Lune)>에 영감을 받아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작곡하였다. (김선화, 2021, 25p)

따라서 해당 시와 제목이 똑같은 달빛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주인공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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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re ame est un paysage choisi (당신의 영혼은 멋진 풍경이기에)
Que vont charmant masques et bergamasques (매력적인 가면극 광대들이 와서)
Jouant du luth et dansant et quasi (류트를 연주하면서 춤추지만 거의)
Tristes sous leurs deguisements fantasques. (슬프기조차 하다 그들의 기이한 꾸밈 때문에.)
Tout en chantant sur le mode mineur (단조에 맞춰 노래하지만)
L'amour vainqueur et la vie opportune, (승리한 사랑과 제철을 만난 삶,)
Ils n'ont pas l'air de croire a leur bonheur (그들은 자신의 행복을 믿지 않는 듯하다)
Et leur chanson se mele au clair de lune,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달빛과 뒤범벅이 된다,)

- 폴 베를렌(Paul Varlaine), 《화려한 향연(Fêtes galantes)》, <달빛(Clair De Lune)>

 


 

드뷔시의 음악을 듣는 과정은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순수하고 색채적인 느낌이 매우 강하다.

드뷔시의 음악은 은근하며 몽롱하고, 어떠한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정적인 하나의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렇게 드뷔시의 작품을 들으면서 음악적 사건의 주인공보다는 관찰자가 된다.

그래서 재밌게도 그의 음악은 미술 용어로도 표현되는데,

미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상주의가 음악 용어로도 넘어와, 사람들은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말로 그의 음악을 표현하곤 했다.

과장된 감정의 표현과 지나친 논리에서 벗어나 우리 귀에 포착되는 순수한 음색과 음향에 집중했던 드뷔시였으니, 인상주의 음악가란 별명은 실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종래에 지배적이었던 독일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음악관과는 사뭇 다르게, 드뷔시는 경계가 불분명하고 리듬의 추진력이 결여되기도 하며, 전통적인 화성 진행을 거부하는 독특한 음악관을 가졌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로 흘러가서,

드뷔시는 당김음을 사용하고, 마디를 불규칙적으로 분할하여 박절이라는 단위를 초월한 리듬을 꾸려냈다.

기본 3화음에 9음, 11음, 심지어는 13음까지 첨가하는 다채로운 화성 역시 드뷔시의 장기였다.

C major의 으뜸 화음인 도미솔로 예를 들자면, 첨가음으로 보통 사용하는 7번째 음인 시♭를 넘어서 9음, 11음, 13음인 레, 파, 라의 음도 첨가음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또, 전통적으로는 그런 불협화음 다음에 음정적으로 가까운 협화음을 위치시켜 진행감을 자아내는데, - 이를 두고 화성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 드뷔시는 그렇게 수렴적인 진행보다는, 또다른 재밌는 화음으로의 발산적인 진행을 추구했다. (김경림, 2008, 15p)

바로 그 재밌는 화음들을 짜는 데에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의 5음계나, 온음 음계, 8음계 등도 활용되었다.

청자를 관찰자로 만드는 만큼 드뷔시 본인도 뛰어난 관찰자였기에,

자신이 파리 만국 박람회와 여행에서 접한 여러 이국적인 음계와 리듬들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낸 것이다.

자유로운 프랑스 음악,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음악, 바로 그것이 드뷔시의 음악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음악이라면 그 이야기를 전부 다 담아낼 수 있는 표현이 흔치 않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들이 대부분 부제 없이 다단조의 교향곡 5번 따위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이러한 연유이다.

그러나 드뷔시의 달빛은 "달빛"이라고 부제가 달려있다.

각각 음악이 청자에게 의도하는 감상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긴장과 해결, 음악의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면 혹여나 청자에게 색안경을 끼울 수 있는 부제의 사용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음악이 어떠한 장면에 대한 묘사나 표현, 비유라면 음악과 청자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그 대상이 음악의 부제여야 한다.

드뷔시의 달빛은 말 그대로 달빛어린 분위기를 표현하는 곡으로, 부제가 있어야 할 음악의 좋은 예시이다.

들으면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제목이다.

이 표현에, 이 음악에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다.

 


 

조용한 밤, 달빛 어린 분위기.

구태여 가감을 하지 않고 이정도 표현이 딱 좋겠다.

쉼표도 연주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듯 싶게

은은하게 사라져가는 피아노 음향이 맛있다.

과묵한 저음과 짝이 맞지 않는 세 옥타브의 중복, 생략된 근음

달빛이라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한 작곡가의 섬세한 손길은

누가 들어도, 말 안 해도 알 것같은 음향을 자아낸다.

 


참고

강지혜.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에 나타난 이국적 요소에 관한 연구 -드뷔시의 작품 「판화」1,2곡 과 「전주곡」 1권의 5,9번과 2권의 3번을 중심으로-" (석사 학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 피아노전공), 2013

김선화. "드뷔시, 인상주의 음악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분석 연구." (석사 학위, 부산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2021

김경림. "드뷔시의 Première Rhapsodie와 스트라빈스키의 Three Pieces for Clarinet Solo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와 신고전주의 비교" (석사 학위,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기악학과 클라리넷전공), 2008

[프랑스 위키피디아] Suite Bergamasque (2022.05.03 검색)

[유튜브 피아노 박사 샵] 슬프도록 아름다운 곡, 달빛


 

출처 - Pinterest, Bryanna Garri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