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Bach(/F.Busoni) - Chaconne, Partita No.2 in D minor BWV 1004
Classical Music/Story of Pieces

J.S.Bach(/F.Busoni) - Chaconne, Partita No.2 in D minor BWV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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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라단조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 2번 / 샤콘느

Bach Partita For Solo Violin No. 2 in D Minor / Chaconne

연주 : 레이첼 포저

Performance : Rachel Po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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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부조니 라단조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 2번 / 샤콘느 (피아노 독주 판)

Bach/Busoni Partita For Solo Violin No. 2 in D minor

/ Chaconne (Piano Solo Version)

연주 : 엘렌 그리모

Performance : Helene Grimaud

 

 

화려한 바흐를 대표하는 명곡

 

 

 

 

 

 


 

샤콘느(혹은 샤콘)는 특징적인 선율 혹은 화성을 반복하고 추가적인 음악적 재료들만 달리하며 전개되는 3박자 춤곡이다.

작품의 주인공격으로 반복되는 선율 혹은 화성을 주제라고 하는데,

이 주제가 반복됨으로써 곡은 통일성을 얻는다.

그러나 주제가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면 음악이 흐름이 없고 지루해진다.

주제에 꾸밈음들을 더하거나, 음형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화성 진행을 추가해 길이를 더 늘리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작곡가는 자신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음악의 서사를 꾸려낼 수 있다.

샤콘느는 단 하나의 주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장르다.

하나의 주제를 꾸미고 변주하여 음악이 완성된다.

얼핏 보면 변주곡 같지만 - 주제가 계속 변형되고 변형되어 곡이 끝날 즈음에는 원래 주제의 털끝 만큼도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없는 변주곡들보다는 - 샤콘느가 아주 조금 더 통일성이 강하다.

 

비슷한 장르로는 파사칼리아가 있는데, 둘의 차이는 주제가 어느 성부에 위치하느냐이다.

파사칼리아의 주제는 낮은 성부에서 제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샤콘느는 어느 성부에서 제시되든 상관 없이 자유롭다.

샤콘느가 좀 더 화성적인 성격을 띠고, 파사칼리아는 보통 파사칼리아와 푸가의 한 세트로 작곡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구분을 한 것이지만, 사실 파사칼리아와 샤콘느를 명료한 기준을 가지고 구분하기엔 둘의 엄격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바로크 시대에는 기악곡이라는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던 소나타가 후에 한 작품 형식을 이르는 말로 바뀌었듯이, 시간이 흐르며 용어의 정의가 변하고 모호해진 것이다.

파사칼리아와 샤콘느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장르로, 지금 소개하는 곡은 음악의 아버지이자 바로크의 거장인 바흐가 쓴 샤콘느다.

 


 

바흐의 샤콘느는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파르티타 제 2번의 5악장이다.

파르티타 제 2번은 곡 중 앞선 4개의 악장보다 5번째 악장인 샤콘느의 길이가 훨씬 길다.

샤콘느 한 악장만으로도 자체적인 완성도가 충분하여, 연주될 때에 홀로 단독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고,

파르티타 2번의 5악장으로 불리기보다는 바흐의 샤콘느라고 따로 불리는 일이 더 많다.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한 악장이 15분 정도 된다면 그 안에는 꽤나 볼만한 음악 구축 솜씨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샤콘느는 주제가 하나인 음악으로, 하나의 주제로 15분을 끌어야 하는데 구축력이 부족했다면 이렇게 이 곡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도 없을 것이다.

같은 주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청취 경험들을 이 곡에서는 하게 된다.

장중한 화음이 지나간 뒤에는 빠르게 몰아치는 스케일이 지나간다든지, 중간 성부에서 들리던 선율이 위와 아래의 두 성부로 나뉘어 서로 주고받는다든지, 곡에 긴장감이 필요하다 싶을 때쯤에 상승하는 선율이 등장한다든지, 같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부분이여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참신함을 뽐낸다든지 귀의 서로 다른 곳들을 속속들이 자극하는 듯한 곡이다.

 

이렇게 칭찬을 내뱉었다면 당연히 예상들 하겠지만, 샤콘느는 파르티타 제 2번을 유명하게 만든 악장이다.

유명하기로서니 G선상의 아리아, 골드베르크 변주곡,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등 바흐의 걸출한 명곡들과 어깨를 나란히한다.

음악가와 청중 모두 가리지 않고 그 화려함에 반하게 만드는 곡이다.

바흐의 샤콘느를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작곡가 중 한 명인 브람스와 바흐의 전기를 쓴 음악사학자 필립 슈피타의 감탄의 언사를 다음에 싣는다.

 

"샤콘느는 나에게 있어 가장 경이적이며 가장 신비로운 작품의 하나입니다.
그 작은 악기를 위해서 바흐는 그토록 심오한 사상과 가장 힘찬 감정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다면, 아니 그 영감을 받기만 해도, 확신하건대 그로 인한 과도한 흥분과 전율 때문에 전 미쳐 버릴 것입니다." - 브람스, 클라라 슈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거장의 정신이 악기에 넋을 불어넣어작품 전체에 경이적인 표현이 잉태되고 있다. 샤콘느는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이며, 바흐 자신도 이보다 더 빛나는 것은 두 번 다시 창조 할 수 없었다." - 필립 슈피타

 


 

다른 유명한 명곡들처럼 바흐의 샤콘느도 다른 악기를 위한 편곡판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이 게시글에 같이 실려있는 부조니의 피아노 편곡판이 가장 유명하다.

바흐의 샤콘느 피아노 편곡판은 브람스의 편곡판, 부조니의 편곡판 두 가지가 있다.

브람스의 편곡판은 원곡의 선율을 그대로 피아노에 옮겨놓은 것이고,

부조니의 편곡판은 조금 더 화성의 가미가 가능한 피아노의 특성을 살려 원곡의 음형을 바꾸고 더 극적인 연출을 동원하여 원곡을 완벽한 피아노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기타를 위한 편곡판도 존재한다.

남의 곡들을 자기 스타일대로 화려하게 편곡해냈던 리스트가 이 곡을 편곡했다면 또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리스트라면 과연 어떤 곡이 나왔을까 하고.

 


 

제법 비장한 화음으로 곡의 시작을 알린다.

곡 이름부터가 샤콘느인 만큼 곡의 핵심 중추에는 이 비장한 화음이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주제가 비장한 만큼 장조 부분에서 맞는 반가움이 적잖이 크다.

빠른 리듬으로 연주되는 선율은 화려한 장식과 함께 귀를 즐겁게 한다.

이 화려함이 이 곡이 선사하는 최고의 기쁨이다.

과연 곡의 독창성은 선율인데, 작곡가가 의도한 화려함은 분명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정갈한 곡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은 순차진행이 많고 긴장감보다는 해소감이 더욱 두드러져

감동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흐의 샤콘느를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의 죽음과 연결짓는 해석도 존재한다.

더 정확하게는 샤콘느가 포함된 파르티타 2번 전체와 유관하다고 보는 것인데,

이 곡들의 멜로디의 모티브가 된 코랄 선율들이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보기

바로크 시대는 아직까지 종교와 음악이 긴밀하게 맞닿아있는 시대였고, 바흐는 유구한 전통의 음악가 집안이자 개신교 집안의 출생이다.

종교음악도 많이 썼으며,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도 오랜 기간 활동한 바흐는 코랄의 모티브들을 많이 차용해서 곡을 써냈다.

 

샤콘느가 포함된 D 단조 파르티타와 A 단조 소나타는 둘다 "죽음과 부활" 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내포되어 있다.

샤콘느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기본 선율은 두 가지 코랄에서 차용하였는데,

첫 번째는 루터의 부활절용 코랄인 "Christ lag in Todesbanden"에서 처음 네 마디와 마지막의 "할렐루야" 라는 네마디의 선율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잘 관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샤콘느 원악보를 잘 살펴보면 처음 네마디 반의 선율의 베이스 라인이 루터교 코랄 "Christ lag in Todesbanden" 의 멜로디 라인을 따라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처음 네 마디 반에 쓰여진 음들의 갯수를 합치면 정확히 37개 라는 것이다.

이것이 신기한 이유는 37이라는 숫자가 그리스도를 뜻하는 라틴어 XP를 수상징으로 바꾼 수이기 때문이다.

(X=22, P=15, 그리스도는 XP = 22+15 = 37)

즉, 샤콘느의 처음 네 마디는 죽음 속에 있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지는 네 마디는 동일한 코랄의 마지막 부분인 할렐루야 라는 가사에 해당하는 네 마디의 선율을 베이스로 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샤콘느의 1부 마무리에 해당하는 네 마디 역시 할렐루야 선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유독 불협화음을 이루는 네 개의 음이 뚜렷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이 음은 C - B - B flat - A 로 이루어지는 하행선율인데, 각각의 음이 상징하는 독일어 철자는 C, H, B, A 로서 다름아닌 "BACH" 자신의 이름이 이 선율 속에 signature로서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정의 숫자와 철자간의 비밀스러운 상징은 무반주 바이올린 곡들 전체에 흩어져 있으며, 주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빈번하게 나타나는 숨겨진 글자들은 Credo, Magnificat, Bach, Johann Sebastian Bach 등이라고 한다.

 

샤콘느의 중요하게 쓰여진 두 번째 코랄은 부활절 코랄인 "Den Tod niemand zwingen kunnt" (That death no one could subdue -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죽음이여)으로, 선율 중에서 특히 "죽음" 인 "Den Tod" 에 해당하는 멜로디는 뒷부분에서 다시 독자적으로 반복되어서 "죽음, 죽음, 죽음..." 이라고 되뇌이듯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코랄의 멜로디들이 차용되는데, 그 부분의 가사들은 "예수 나의 기쁨이여", "두려움과 갈급함 속에서 내 사랑하는 하나님을 신뢰하도다", "슬픔의 시간중에 있는 우리에게 인내함을 주소서" 등이 해당된다.

이들 중 "인내"라는 가사에 해당하는 멜로디 라인에서는 상행하는 A - B flat - B - C 음정이 덧붙여지고, "슬픔의 시간" 이라는 가사에 해당하는 라인에서는 하행하는 C - B - B flat - A 음정이 덧붙여진다.

이는 명백한 바흐 자신의 이름이며, 작곡 시기가 마리아 바르바라의 죽음 직후인 것을 바탕으로 바흐가 죽은 아내에 대한 슬픔과 인내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악보속에 표현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단조로 출발한 샤콘느는 후반부에서 장조로 전환되면서 마치 트럼펫이나 북을 연상시키는 듯한 연속적인 강한 리듬과 화려한 화음의 연속을 보인다.

이 부분은 죽은 영혼이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 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상징하는 것으로 - 마치 팡파레처럼 - 생각되어진다.

이 부분은 격렬한 4성화음의 연속으로 마무리됨으로써 기쁨의 극한을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고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에런 코플런드 저, 이석호 역, 포노 출판, 2016

[유튜브 클래식타벅스] 한 피아니스트의 놀라운 편곡 바흐 - 부조니의 샤콘느

[한국 위키피디아] 샤콘 (2022.04.29 검색)

[한국 위키피디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2022.04.29 검색)

"바흐의 샤콘느(Chaconne)" 킹덤라이프 매거진 음악, 김애엽

[고! 클래식] "<음반소개> 바흐 샤콘느 속에 숨겨진 비밀" (2022.05.01 검색)


 

이미지 출처 - 한국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