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avel - La Valse, M. 72
Classical Music/Story of Pieces

M.Ravel - La Valse, M.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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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라 발스

Ravel La Valse

오케스트라 :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관현악단 | 지휘 : 정명훈

Orchestra :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 Conductor : Myung-Whu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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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독주 버전

Version For Piano Solo

피아니스트 : 유자 왕

Pianist : Yuja Wang

(진짜 경이로운 연주 ㄷㄷ 연주자가 찰떡)

 

 

이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사로잡게 만드는 독창적인 음표들과 악기의 활용

 

 

 

 

 

 


 

La Valse는 영어로는 The Waltz라는 뜻이다.

한 음악에 담긴 서정성이 특정한 색으로 굳어져 단조로운 청취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피아노 협주곡 1번, 교향곡 5번마냥 이 작품의 이름이 그저 왈츠인 것도 고막에 색안경을 씌우지 않기 위함이리라.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들은 무릇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러하듯 쉽사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교하게 사상을 채워넣는다.

이 곡은 이름은 왈츠이지만 일반적인 왈츠라고 치부하기엔 곡에 십년 묵은 음악적 한을 풀어놓은 듯 하다.

초 단위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화성에 놀랐던 처음의 감상, 그래서 이 곡은 내 취향이다.

 

 


 

라 발스는 라벨이 "빈 왈츠에 대한 예찬"으로서 작곡한 곡이다.

빈 왈츠의 왕 요한 스트라우스에 대한 경의가 배경에 담겨있다.

원래는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의 발레단을 위한 발레곡으로 쓰였으나, 거절당해 발레가 아닌 관현악으로 초연하게 된다.

 

1910년대 중반과 1919~1920년에 쓰여진 이 곡의 작곡 시기는 세계 1차 대전 발발 시기와 겹쳐있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이 곡의 작곡은 잠시 중단되었으나, 아예 빈을 주제로 교향시까지 써버릴 심산이었던 라벨은 그치지 않고 다시 이곡의 작곡을 이어나갔다.

피아노용 편곡판 또한 바로 집필되었으며 출판은 피아노판이 1920년, 관현악판이 1921년으로 피아노판이 더 빨랐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미샤 세르트(Misia Sert)에게 헌정되었다.

 

이 곡이 발레로 무대에 오를 수 있던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1929년이었다.

그 유명한 '볼레로'와 함께 같이 무대에 올랐다.

 

 


 

클래식 음악치고 그리 긴 연주시간은 아니지만,

3박자 왈츠 리듬의 틀을 깨지면서 굉장히 변칙적이고 톡톡 튀는 리듬과

딱 맞게 조립한 듯 낭비 없이 꽉 들어차있는 선율들이 풍성함을 뽐낸다.

 

거의 항상 기저에 깔려있는 1-2-3 리듬을 들으며 이 곡이 왈츠임을 상기하는데

성부들이 선율을 진행하면서 붙는 악센트는 앞의 음에 붙어있기도 뒤에 음에 붙어있기도 하며,

구분이 모호하도록 기반 리듬을 정확히 그 배수로 분할해 같은 세기로 연주하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꾸밈음과 셋잇단, 확 생기를 불어넣는 붓점 엇박은 화려함의 층위를 한 층 더한다.

 

악구와 악구 사이가 끊기는 느낌이 드는 곡들도 많이 있는데,

라 발스는 그런 거 없다.

라벨의 빼어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 덕분에 딱 필요한 음역에서 딱 필요한 악기가, 혹은 전체 음량을 염두에 둔 섬세한 악기별 음량 조절이 악절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등장한다.

어떤 부분 어떤 음역에서 어떤 악기가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일궈냈는지 체크하면서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듯 싶다.

 

화성은 다채로우면서 텐션의 오르내리는 폭이 크다.

꽤나 강렬해서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청취자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특히 가장 텐션이 높을 때 음량도 가장 크니...

화성이 음악에서 제 2의 다이나믹이 될 수도 있구나 싶은 느낌을 다시금 받는다.

이 곡의 클라이막스처럼 두 다이나믹이 모두 최대라면 그것은 어쩌면 잔인하기도 한 클라이막스다.

그런 성격에는 1차 세계 대전의 영향도 없잖아 있는 듯 싶다. 비슷한 것을 프로코피에프의 전쟁 소나타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화성들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쓰인 종류도 많다보니 이 것을 들어낼 수 있다면 쉽사리 질리지 않는 곡의 매력에 취할 것이다.

그곳엔 드뷔시, 생상스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 역시 프랑스 작곡가다 싶은 색채 또한 살아 있다.

 

규모가 있는 곡을 작곡하다가 많이 범하는 실패는

악기들이 제 음색과 성부를 가지고 자기만의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뭉텅이로 단 하나의 주제만을 연주하거나 "필요 없는" 악기들이 그저 배경 장식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라 발스는 악기들의 존재감이 하나하나 살아있도록, 악기에 따른 음형을 세세히 고려했다.

그들은 등장할 때부터가 각각이 확실히 돋보일 수 있도록 일반적이지 않은 화성으로 비틀어져있고,

분명하게 이전과, 혹은 다른 악기들과는 다른 음량으로 연주된다.

그러다보니 청취자들은 악기가 비집고 나오는 바로 그 타이밍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며, 악기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는 순간을 들어보길 바란다.

 

 


참고

[의사신문] 모리스 라벨 〈라 발스〉 (2014.09.01, 오재원)

[고! 클래식 위키] 라벨: 라 발스

박초이, "라벨의 <La Valse>에 관한 연구" (석사 학위, 한양대학교 대학원 : 음악학과),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