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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상스 죽음의 무도
Saint-Saens Danse Macabre
오케스트라 : 영국 국립 필하모닉 관현악단 | 지휘 :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Orchestra : The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 Conductor : Leopold Stok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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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상스/리스트 죽음의 무도 (피아노 독주 판)
Saint-Saens/Liszt Danse Macabre (Piano Solo Version)
연주 : 아르나우두 코헨
Performance : Arnaldo Cohen
밤 12시, 해골들과 유령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교향시이다.
교향시는 베를리오즈의 표제음악에 감명받은 리스트가 탄생시킨 음악 장르로,
시, 소설, 영웅의 일대기, 회화 등 다른 예술분야에서 얻은 인상이나 작곡자가 스스로 착상한 시적 영감을 음악으로 구현하는 관현악 장르다.
생상스는 앙리 카잘리스가 오래된 프랑스 괴담 죽음의 무도를 바탕으로 쓴 시에서 영감을 얻어 1872년에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예술가곡으로 이 곡의 작곡을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1874년에 음악을 확장, 성악 부분을 바이올린 독주로 갈음하여 교향시로 최종 완성되었다.
화가인 귀스티브 장 자케(Gustave Jean Jacquet)에게 헌정되었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 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그, 지그, 재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겨울 바람이 불고, 밤은 어둡고,
린덴 나무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하얀 해골이 제 수의 밑에서 달리고 뛰며,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건넌다.
지그, 지그, 지그, 모두들 뛰어 돌며,
무용수들의 뼈 덜그럭거리는 소리 들려온다.
욕정에 들끊는 한 쌍 이끼 위에 앉아
기나긴 타락의 희열을 만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끝없이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
베일이 떨어진다! 한 무용수 나체가 된다.
그녀의 파트너가 요염하게 움켜잡는다.
소문에 그 숙녀가 후작이나 남작 부인이란다.
그녀의 용감한 어리석은 달구지 끄는 목수.
무섭도다! 그녀는 저 촌뜨기가 남작인 마냥
자기를 그에게 어떻게 허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사라반드 춤!
죽음이 모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춘다.
지그, 지그, 재그. 군중 속에 볼 수 있는
농부 사이에서 춤을 추는 왕.
하지만 쉿! 갑자기 춤은 멈춘다,
서로 떠밀치다 날래게 도망친다; 수탉이 울었다.
아,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라!
- 앙리 카잘라스(Henry Cazalis), 《착각》(l'Illusion) : 〈평등, 박애...〉(Égalité, Fraternité...)
Zig et zig et zig, la mort en cadence
Frappant une tombe avec son talon,
La mort à minuit joue un air de danse,
Zig et zig et zag, sur son violon.
Le vent d'hiver souffle, et la nuit est sombre,
Des gémissements sortent des tilleuls ;
Les squelettes blancs vont à travers l'ombre
Courant et sautant sous leurs grands linceuls,
Zig et zig et zig, chacun se trémousse,
On entend claquer les os des danseurs,
Un couple lascif s'assoit sur la mousse
Comme pour goûter d'anciennes douceurs.
Zig et zig et zag, la mort continue
De racler sans fin son aigre instrument.
Un voile est tombé ! La danseuse est nue !
Son danseur la serre amoureusement.
La dame est, dit-on, marquise ou baronne.
Et le vert galant un pauvre charron —
Horreur ! Et voilà qu'elle s'abandonne
Comme si le rustre était un baron !
Zig et zig et zig, quelle sarabande !
Quels cercles de morts se donnant la main !
Zig et zig et zag, on voit dans la bande
Le roi gambader auprès du vilain!
Mais psit ! Tout à coup on quitte la ronde,
On se pousse, on fuit, le coq a chanté
Oh ! La belle nuit pour le pauvre monde !
Et vivent la mort et l'égalité !
- Henry Cazalis, 《l'Illusion》 : <Égalité, Fraternité...>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Totentanz)도 같은 주제로 생상스의 것보다 30년 전에 쓰인 교향시이다.
리스트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듣고 감명받아 직접 피아노 편곡판을 작곡하였다. (위의 피아노 버전 유튜브 영상으로 제공된 것이 그것이다. 리스트가 직접 작곡한 Totentanz와는 다른 곡이니 혼동하면 안된다.)
생상스 자신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판을 작곡하였고, 자신의 다른 작품 <동물의 사육제> 중 제 12곡, "화석"의 주제에도 이 곡의 주제를 모티브로 변형하였다. (이 링크의 16:58 부분에서 들을 수 있다.)
죽음의 무도의 기원은 14세기 유럽으로 건너간다.
당시 중세 유럽은 흑사병을 앓고 있었다.
왕과 귀족, 평민을 가리지 않고 죽음이 다가와,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평등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미술 장르, "죽음의 무도"가 이때 탄생한다.
죽은 자가 죽음에서 깨어나 산 자와 함께 춤을 추며, 그 광경은 매우 익살스럽다.
해학을 통해 죽음으로부터 초연하려 한 것이다.
죽음의 무도는 1) 자아의 죽음 2) 흑사병 3) 죽음의 기술(ars moriendi) 4) 육체혐오 5) 세속애(avaritas)를 배경으로 하여 시대정신 내지는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황훈성, 2013, p.34)
중세 유럽의 척추가 휘어지도록 강타한 흑사병이었기 때문에 죽음이 춤을 추는 환상스런 그림이 마치 옆에 있는 현실에 대한 묘사처럼 느껴져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이렇게 죽음의 무도는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어 다양한 예술에 영향을 끼쳤다.
음악, 미술, 문학에 이 물결이 남긴 족적은 300년이 지나서도 같은 주제로 작품이 나올 정도로,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감을 줄 정도로 거대하다.
실로폰이라는 드문 악기가 등장해 덜그럭거리는 해골 소리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바이올린의 E현을 반음 낮춰 조율하여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프가 D 음을 스타카토로 12번 연주하며 곡이 시작된다. (0:00~0:10)
이는 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다.
뒤를 잇는 바이올린 독주.
A음과 E음을 연주하지만 바이올린의 E현이 반음 낮게 조율했기 때문에 음산한 불협화음이 된다. (이것은 악마의 화음이라고도 불린다.)
죽음을 관장하는 악마의 소리이다. (0:19~0:25)
통통 튀는 왈츠 풍의 3박자 리듬으로 첫 번째 주제가 제시된다.
주제를 처음 제시하는 악기는 플룻으로, 플룻이 먼저 주의를 끌며 주제를 한 번 제시 (0:25~0:33)하고 나면 독주 바이올린을 제외한 현악부가 주제를 이어받는다. (0:33~0:40)
본격적인 춤의 시작이다.
독주 바이올린의 반음계적 하강에 나머지 현악부가 피치카토로 색감을 채워주며 두 번째 주제가 제시된다. (0:40~0:55)
밤의 고요함을 암시한다.
그 뒤로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들의 합주로 주제들을 반복하다가, 푸가가 시작된다. (1:58)
점점 악기들이 가세하며 푸가의 성부는 풍부해진다. (~2:28)
현악부가 상승하며 곡의 긴장감을 한껏 올렸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느낌의 현악 트레몰로와 팀파니 소리가 두드러지는 해소부에 도달한다. (2:28~2:55)
그 뒤로는 주제의 순서가 반대로 전개되는데, 고요한 밤의 제 2주제가 먼저 제시되고 강렬한 죽음의 춤 제 1주제가 뒤잇는다. 제 1주제는 전보다 강한 긴장감을 안고 있는데, 얼마 안 가 제 1주제와 제 2주제가 여러 곳에서 뒤엉켜 연주되면서 한창 곡을 고조시킨다.
잠시 사그라든 뒤에는 악마의 화음이 재등장하고 (4:32~4:42) 곡은 서서히 몰려드는 파도처럼 클라이막스를 향해 간다. (4:42~5:23)
모든 악기들이 사운드를 꽉 채우며 클라이막스를 알린다.
웅장한 죽음의 무도회가 펼쳐지고 그 속에서 주인공처럼 다른 악기들을 뚫고 나오는 독주 바이올린의 우렁찬 포효. (5:23~5:37)
한껏 고조된 음악은 그 긴장을 놓지않고 요동치다가, 두 번째 주제의 반음계보다 더 빠르고 격정적이게, 꾸밈음까지 섞어가며 화려하게 하강하는 선율을 보여준다. (5:38~5:57)
관현악의 쿵쿵 울리는 화음이 이를 강하게 받쳐준다.
아르페지오로 힘을 머금으며(5:57~6:00) 애니마토에 도달한다. (6:00~6:18)
광란의 축제가 한참 무르익는다.
한껏 극한에 치다랐던 곡은 돌연 오보에 소리와 함께 잦아들고, 독주 바이올린이 부드러운 노래를 흘리다가 새벽 안개처럼 흐릿하게 사라진다. (6:18~7:09)
오보에 소리는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소리다.
자정에 시작된 죽음의 무도는 아침을 맞고 종결된다.
죽은 자들은 다시 사그라든다.
죽음의 무도는 김연아 선수의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 대회곡이기도 했다.
죽음, 해학, 춤
이 모든 개념이 곡에 제대로 녹아들어있는 것 같아서
이 곡의 어둠에 취할 때면 늘 즐겁다.
밤은 꼭 생각에 잠기고 우울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올 뿐, 아무런 의도도 없으니 말이다.
이런 감상을 남기게 하는 게 비단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그간 모든 죽음의 무도들의 의도가 아닐까?
참고
[티스토리 상상의숲] 생상스 : 교향시《죽음의 무도》 ,Op.40 (김연아 쇼트 배경음악) [정경화, David Nadien] (2020.11.05)
[한국 위키피디아] 죽음의 무도 (2022.01.26 검색) (그림1)
[의사신문] 카미유 생상스 〈죽음의 무도〉 작품번호 40번 (2014.09.29, 오재원)
황훈성/Hwang, Hoon Sung.(2013).메멘토 모리의 문화적 진화 ─홀바인 2세의 <죽음의 무도>에서 동시대의‘비가시적 죽음’까지.영어영문학,59(1).
[고양문화재단] [미술: 인생의 유한함 바니타스 2] 너도, 그도, 나도 죽는다 - 해골에 대한 명상 (2012.02.07, 채효영) (그림2)
[프랑스 위키피디아] Danse macabre (Saint-Saëns) (2022.01.26 검색)
[국제 악보 도서관 프로젝트(IMSLP)] Danse macabre, Op.40 (Saint-Saëns, Camille)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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