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hopin - Piano Sonata No. 2 op. 35
Classical Music/Story of Pieces

F.Chopin - Piano Sonata No. 2 o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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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rave - Doppio movimento (48:51)

II Scherzo (53:46)

III Marche funebre - Lento (58:18)

IV Finale - Presto (1:04:43)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Chopin Piano Sonata No. 2

연주 : 알프레드 코르토

Performance : Alfred Cortot

 

 

쇼팽 피아노 음악의 정점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은 1937년에 먼저 3악장인 장송행진곡이 작곡되었고, 1940년에 나머지 악장들을 붙여 총 4악장의 피아노 소나타로 출판되었다.

 


 

쇼팽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3명의 여인이 있다.

콘스탄챠 글라드코프스카(Konstacja Gladkowska), 마리아 보진스카(Maria Wodzinska), 조르주 상드(Sand Geroge).

이 곡은 마리아 보진스카의 가족에게 파혼당한 후 조르주 상드와 지낼 때 작곡되었다.

보진스카와 쇼팽은 서로 약혼까지 할 정도로 깊은 사랑을 나누었으나, 그 결말은 좋지 못했다.

 

쇼팽은 그녀를 처음 만나기 전부터 기관지염 증상이 있었다.

보진스카 일가는 그런 쇼팽이 스스로의 건강을 챙겨주기를 바랐다.

그들은 쇼팽이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쯤은 둘의 사랑 앞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겼다.

다만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그가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쯤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도 그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런데 쇼팽은, 관중의 역겨운 찬사를 버거워 했기 때문이지만은, 한 번에 크게 벌 수 있는 공연보다 회당 수입이 작은 교습을 위주로 생계를 유지했고, 각종 사교 모임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병 요양에 여유가 있을리 없었던 쇼팽은 증세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지기만 했다.

약혼녀와 그 가족 입장에서는 결혼하자마자 죽지도 모를 이 답답한 얼간이에게 열불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둘은 파혼했고, 쇼팽은 마리아 보진스카에게서 받았던 편지와 선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보관했다.

그리고는 그 위에 폴란드어로 '모야 비에다'(나의 슬픔이라는 뜻이다.)이라고 적었다.

그의 비애, 절망 등 모든 것을 담아 이때 장송행진곡을 작곡한 것이다.

 

한편, 이 곡에는 실연의 아픔이 아닌 민족적인 의미, 저항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주장도 있다.

쇼팽의 민족적인 성향도 무시할 수 없어 일리가 있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최근 일은 바르샤바 함락이 아닌 파혼이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인과 틀어졌을 때에는 꼭 기가 막힌 명곡을 써냈던 전례들이 있기에 나는 '나의 슬픔' 쪽이 더 큰 작곡 동기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쇼팽과 마리아 보진스카
마리아 보진스카에게 받은 편지와 선물을 보관한 꾸러미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쇼팽 피아노 음악의 정점으로 불리우는 곡이다.

그 음악적 내실이 매우 탄탄하고, 청중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딱히 형식 상의 엄청난 파격이 존재하거나, 개척자적인 시도들이 담긴 것은 아니다.

각 악장간의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도 받는다.

이 음악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마치 쇼팽처럼 섬세한 감각으로 내성과 외성의 진행, 화성의 긴장 해결 방식, 근음의 흐름, 리듬의 세분 등등 디테일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일단 쇼팽의 피아니즘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쇼팽의 피아노 연주에 대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는 "피아노의 해머가 현을 때리는 게 아니라 그저 붓처럼 스치듯 쓰다듬기만 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피아노에 더 가까이 가고 싶고 아예 피아노 소리에 귀를 대고 듣고 싶어진다. 마치 물의 요정이나 엘프들의 연주회에 간 것처럼 말이다." 라고 평했고, 탈베르크(Sigismond Thalberg)는 "저녁 내내 '피아니시모'만 들었더니 뭔가 좀 시끄러운 소리가 필요하군!" 라고 평했다.

상반된 두 평이지만 쇼팽의 피아노를 더러 일치하는 의견이 있다,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는 왼손은 정박을 유지하면서 오른손의 멜로디는 박자를 밀고 당기는 루바토(rubato, 이탈리아어로, '훔치다'라는 뜻이다. 박자를 훔쳐서 쓴다는 의미로 사용했다.)를 많이 녹여냈다.

루바토 타이밍에 절묘한 전조를 이루어내기도 하며, 멜로디를 마치 소프라노 성악가가 노래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흘렸다.

그렇다, 그는 피아노로 성악을 했다.

제자들에게도 노래하듯이 연주하라고 꼭 강조했으며, 그의 연주를 들은 이들의 평에서도 꼭 노래하듯이, 부드럽게 연주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위에 첨부한 연주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의 연주인데, 쫀득쫀득한 루바토로 유명하다.

코르토는 쇼팽의 문하생으로부터 교수받았는데, 오늘날 들어볼 수 있는 연주 중에 가장 쇼팽의 생전 연주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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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형식 제시부
구분 서주 제 1주제 연결구 제 2주제 종결구 Codetta
소절 1~4 5~36 37~40 41~80 81~92 93~104
조성 b♭단조   D♭장조
형식 발전부
구분 1부분 2부분 3부분 4부분
소절 105~121 122~137 138~153 154~169
조성 f#단조 c단조 g단조 c♭단조
형식 재현부
구분 제 2주제 종결부 Coda
소절 170~209 210~221 222~242
조성 B♭장조

- 김옥길, "F. Chopin의 Piano Sonata b♭단조 Op. 35의 구조 및 연주법에 관한 연구", 1999, p.15에서 발췌

 

제 1주제와 제 2주제가 단3도로 나란한 조를 이루고 있고, 쇼팽다운 잦은 전조들이 보인다.

발전부에서 제 1주제를 더 비중있게 발전시켜 곡의 절정에 이용하고 재현부에는 제 1주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b♭단조로 시작해서 이명동음의 장조인 B♭ 장조로 끝난다.

 

곡의 첫 부분은 조성이 확실하지 않은 4마디 서주로 시작된다.

쇼팽은 발라드 1번에서도 위와 같이 불확실한 조성의 서주를 두어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법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박자감있는 반주가 빠르게 연주되며 제 1주제가 시작된다.

Doppio movimento는 두 배 빠르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쇼팽은 멜로디가 얹어지면 agitato, 열정적으로 연주하라고 지시한다. (이 부분의 악보는 담지 않았다.)

 

반복될 때는 위와 같이 음형이 변화한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이 악센트의 위치인데, 뒷박에 강박이 붙어있다.

마주르카 등에서도 뒷박에 강박을 붙이는데, 폴란드 정서를 물씬 풍긴다.

 

그리고 화성의 긴장을 단2도 해결하는 양상이 많이 보인다. (형광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바로 위의 두 번째 악보에 실려있는 제 2주제의 일부분에선 상성이 순차 진행할 때 하성이 반진행을 하며 소리를 풍성하게 한다.

 

발전부는 조용하게 시작된다.

시작한지 4마디만에 조성이 옮겨가 f#단조에서 g장조로 전조가 이루어졌다.

아래쪽에서는 제 1주제 요소가 연주되고 위쪽에서는 제 2주제 요소가 연주되며 섞인다.

 

제 1주제 요소만으로 발전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셈여림도 포르티시모로 세지고 왼손 반주는 옥타브 반주가 되었다.

여기서도 거진 2마디마다 조성이 바뀌고 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반음계적 하강으로 음악이 잦아든 뒤에는 재현부가 시작된다.

발전부에서 주로 제 1주제를 사용했기에 재현부에는 제 1주제를 생략하고 제 2주제만 나타난다.

 

증2도를 단3도로 해결하는 모습도 보인다.

 

왼손의 리듬이 ♩♩♩♩♩♩에서 ♩♪♪♪♪♪♪, ♪♪♪♪♪♪♪♪로 세분화되며 곡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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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A B A`
빠르기 Vivo Piu Lento Vivo - Piu Lento
구분 1부분 2부분 3부분 1부분 2부분 3부분 1부분 2부분 3부분 코다
마디 1~36 37~64 65~80 81~144 145~160 161~188 189~224 225~252 253~272 273~287
조성 e♭단조 D장조 e♭단조 G♭장조 D♭장조 G♭장조 e♭단조 D장조 e♭단조 G♭장조

- 김옥길, "F. Chopin의 Piano Sonata b♭단조 Op. 35의 구조 및 연주법에 관한 연구", 1999, p.32에서 발췌

 

2악장은 ABA`의 3부형식으로, 각 부분 또한 3부 형식을 갖고 있다.

 

A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크레센도와 동음반복으로 뒷박의 리듬을 강조하고 바로 뒷 마디에선 본래의 강박을 강조하는 재밌는 리듬의 주제다.

자세히 보면 왼손 옥타브 베이스가 큰 틀 안에서 순차진행하고 있다.

 

음가의 순서를 뒤집어 ♩♩♩ ♪♪♪♪♪♪ ♩♩♩ ♪♪♪♪♪♪ 가 아닌 ♩♩♩ ♪♪♪♪♪♪ ♪♪♪♪♪♪ ♩♩♩ 와 같은 배치를 하였다.

절묘하게 질문과 응답의 효과를 낸다.

 

쇼팽의 음악에서 많이 등장하는, 반음계로 상하성부가 함께 병행진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쇼팽은 반음계 진행을 경과구를 채우거나 긴장감을 높이는 일에 애용했다.

상술했듯, 1악장에서도 반음계를 통해 격정적이던 발전부의 마지막 부분과 부드러운 재현부를 잇는다.

한편 이 경우에는 경과구적 성격으로 쓴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은 하나의 소주제가 되어, 곡의 긴장감을 높이는 선율로 쓰인다.

 

A부분이 끝날 때에도 독특한 악센트가 붙는다.

2박-1박-3박-2박-1박으로 곡은 4분의 3박자이지만, 2박마다 악센트가 붙는다.

그렇다고 4분의 2박자로 박자가 변한 것으로 여기면 안된다.

4분의 3박자만의 강약을 살짝 비튼 것이기 때문에, 마치 4분의 2박자처럼 보이는 4분의 3박자를 연주해야 한다.

오묘하게 박자가 줄어든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내어, 스케르초의 익살스러운 느낌도 살리며 절도 있게 마무리된다.

 

B부분은 야상곡풍의 트리오를 보여준다.

A부분이 격정적으로 마무리된 데에 비해 조용한 선율은 대비 효과를 가져온다.

 

반음계 병행 하행을 통해 B부분에서 A`부분으로 전환된다.

 

A`부분까지 모두 연주되고 난 뒤에는 B부분의 선율이 다시 나와 짧게 마무리를 장식한다.

소나타에 끼어있는 한 악장이기에, 다음 악장으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열쇠가 된다.

만약 포르티시모로 악장이 끝났다면 다음 악장과의 대비가 심해 음악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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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A B A
마디 1~14 15~20 21~30 31~38 39~46 47~54 55~68 69~74 75~86
화성 b♭단조 D♭장조 b♭단조 D♭장조 A♭-D♭장조 D♭장조 b♭단조 D♭장조 b♭단조

- 김옥길, "F. Chopin의 Piano Sonata b♭단조 Op. 35의 구조 및 연주법에 관한 연구", 2013, p.38에서 발췌

 

3악장 또한 ABA의 3부 형식이다.

장송행진곡이라 불리우며, 실제로 3악장만을 따로 장례 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b♭단조와 D♭장조 사이에서 번갈아가며 전조된다.

다른 조성으로 전환되지 않고 나란한 조끼리만 옮겨가며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부점 리듬이 돋보이는 주제지만 빠르기가 매우 느려 경쾌한 느낌이 들지는 않고, 장례 행렬을 나타내는 듯한 분위기이다.

왼손은 두 화음을 번갈아가며 연주하고 있으며 오른손이 멜로디를 연주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두 화음은 종소리같은 인상을 준다.

멜로디가 연주되는 위치가 점점 올라가고 화음이 쌓이면서 곡이 고조된다.

 

두 번의 하강하는 선율 뒤에는 두 번의 상승하는 선율이 있는데,

두 번째로 상승할 때 화성적으로 더욱 무거운 색채가 더해진다.

이후 베이스의 트레몰로로 어두운 분위기가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A부분이 끝난 이후에는 왼손의 분산화음 반주 위로 오른손의 서정적인 선율이 흐르는 B부분이 시작된다.

쇼팽답게 아름답게 노래하듯이 음악이 흘러가고 나면, 다시 조용한 왼손의 반주 위로 A부분이 다시 시작된다.

 

앞부분을 그대로 반복하여 무거운 화음들이 하강한 뒤 고요하게 악장이 끝난다.

연주 시에는 조금 긴 악장이지만 빠르기가 매우 느리므로, 악보는 그리 길지 않다.

소나타 2번 작곡 당시 쇼팽이 그의 친구 율리아 폰타나(Julian Fontana)에게 장송행진곡이 담길 것이라고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이 곡의 존재를 율리아 폰타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소리니, 나름대로 쇼팽에게 의미가 큰 곡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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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

 

4악장은 b♭단조의 자유 형식이다.

피아니스트 개릭 올슨(Garrick Ohlsson)은 이 악장을 두고, 매우 뛰어나면서 동시에 쇼팽이 쓴 악장 중에 가장 이상한(weird) 악장이라고 평했고,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이 악장을 두고 묘지 위를 지나는 바람소리 같다고 평했다.

악장 전체적으로 왼손과 오른손이 빠르게 옥타브 병행하는 선율로 구성되어 귀에 붙는 멜로디 없이 곡이 진행된다.

무선율임과 동시에 화성적으로도 거의 조성감을 느낄 수 없어 종지부에서야 겨우 이 악장의 조성이 b♭단조임을 알 수 있다.

화려한 기교, 구획을 나눌 수 없는 자유형식, 무선율에 모호한 조성감을 갖춘 점이 합쳐져 4악장은 고전시대 소나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악장의 시작부분, 옥타브 병행의 선율을 빠르게 연주한다.

1악장의 서주에서처럼 감7도, 단2도 음정이 나타나며, 동일한 리듬 속에서 음형을 조절해가며 동형 반복으로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1마디는 2마디에서 그대로 반복되지 않고 장2도 상행하여 반복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리듬이 반복되다 마지막에 포르티시모로 b♭단조 으뜸화음을 연주하며 마무리된다.

 


참고

김옥길, "F. Chopin의 Piano Sonata b♭단조 Op. 35의 구조 및 연주법에 관한 연구", (석사 학위, 군산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1999

허윤정,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2번 b♭단조 Op. 35에 대한 분석 연구", (석사 학위, 국민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2005

[한국 위키피디아] 알프레드 코르토 (2022.02.16 검색)

[다음 블로그 박연서원]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Piano Sonata No.2 in B♭ minor) Op.35 (2022.02.08 검색)

[다음 블로그 차한잔의 여유로]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 행진곡' (2022.02.08 검색)

<쇼팽, 그 삶과 음악>, 제러미 니콜러스 저, 임희근 역, 포노 출판, 2010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에런 코플런드 저, 이석호 역, 포노 출판, 2016

[국제 악보 도서관 프로젝트(IMSLP)] Piano Sonata No.2, Op.35 (Chopin, Frédéric) (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