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별의 역설 - My

    별의 역설 거센 비가 내리는 밤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강에 박힌 별이 물살을 버티고 서 있었다 비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것이기에 본래 별은 비를 맞을 일이 없지만 그날 내가 본 별은 비를 맞고 있었다 어깨가 눌리고, 잡을 손을 놓치고, 목소리도 꺼져서─ 사람이 별을 보러 간다는 이치도 잊고 별이 사람을 보러 온 것이었다 나는 다만 그 작은 얼굴을 봐주었다

    골목 - My

    골목 우리는 모두 골목을 가꾼다. 차례차례로 사람이 생기고 집이 뻗고 차가 무르익는 골목 사랑, 고마움, 편안함이라고 이름 붙은 벽돌 한 칸 씩을 돌아가며 쌓아 저 푸른 대문집이 지어졌고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차체 삼아 이야기 꽃 시끄러운 공정을 거치니 저 파란 승용차가 만들어졌다. 손가락으로 그 어디를 가리켜도 누가 사는 집인지, 누구의 차인지 금세 대답되는 골목 하기야 나무에 물 주듯 시간이 뿌려져서는 과일 같은 미소가 주렁주렁 열리고 이름 없는 추억들이 손을 뻗어 파랗게, 우리들을 따먹었는 것을. 밤을 버티다 해 뜨면 스러지는 아침 안개 같은 청춘이어도 그 밤의 골목은 강철일 것이다. 여러분은 골목, 잘 가꾸고 있나?

    밤하늘의 거울 - My

    밤하늘의 거울 매일같이 돌아보는 여린 밤하늘은 나의 거울 내가 사랑한 밤하늘 속 작은 손에 살갑게 닿였던 별을 비춰보고 작은 발을 동동구르게 한 꿈을 비춰보고 언제인가 볼에 뜨겁게 그을린 사랑도 비추어 보고 나는 거울 조각 하나에 몸을 닿이고 셈없는 아름다움에 베인 듯 여전히 멀고 허전한 밤하늘을 보다가 마지막으로 비춰지는 눈시울의 슬픔과 만난다. 그래 저 한없이 아름다운 구석에 박힌 별처럼 외로운 은하수 흐르는 이야기가 아득히 들려오는 것만 같은 밤 나는 스르르 … 별발에 탄다.

    감자 까먹으며 - My

    감자 까먹으며 별 일 없이 오늘도 쇄사는 하루 그저 찐 감자 까먹으며 오순도순 호호 불어 먹는 김에 몸의 습한 기운 서로이 다아- 실어 날린다. 감자 껍데기와 나란히 나뭇가지 같았던 어깨 누그러뜨리고 보드라온 알갱이들 설레는 숨소리 양 귀에 널려 괜시리 붉어지는 노을도 이 식탁에 좁아라- 살결을 맞닿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