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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Rachmaninoff Piano Sonata No. 2
연주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Performance : Vladimir Horowitz
피아노 소나타 2번은 굉장히 색채적인 느낌이 강하다.
으뜸 화음, 딸림 화음 외에도 속7화음, 부3화음 등의 다양한 화음이 쓰여 곡의 긴장감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리고 선율적인 면에서는 반음계적 진행과 증, 감 음정이 자주 쓰였는데, 이로 인하여 전조가 빈번하며 다양한 색채감이 나타난다. - 임은정,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에 관한 연구," (석사 학위,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2001
라흐마니노프는 모더니즘 조류 속에서도 최후의 낭만주의를 고집하였지만, 그의 귀는 시대에 완전히 닫혀있을 순 없었다.
작곡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반영된 그의 연구욕은 음악의 깊이를 늘리면서 무심결이었든 의도적이었든 그 당시 음악의 분위기와 조합되었다.
그 결과 그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특유의 멸망적이면서 서정적인 분위기와 현대 음악의 색채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이 되었다.
그러나 1번에서도 그랬듯이, 2번 역시 난해하다는 평을 피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2번은 이후 편집을 거쳐 라흐마니노프의 '시도'들이 몇 가지 잘려나간 채로 재출판되었다.
위 영상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라흐마니노프 본인에게 라흐마니노프 최고의 연주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라흐마니노프의는 호로비츠에게 자신의 모든 작품에 대한 편집권을 주었고,
호로비츠는 그 권리를 여실히 활용했다.
호로비츠는 자체적으로 이 곡을 편집하여 오리지널과 편집판을 조화롭게 섞어서 두 판의 아쉬움을 모두 충당했다.
피아노 소나타 2번 자체로 엄청난 명곡이지만, 20세기 피아니스트 거장 중 하나인,
그것도 라흐마니노프에 대해서는 특히 더인 호로비츠의 연주는 가히 듣는 귀가 명예로워진다.
1악장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르페지오의 시작이다 영상의 1:35 부터 들을 수 있다.
부드럽고 날렵하게 훑고 지나가는 아르페지오에서 무언가 결정이 있는 깨끗한 질감이 느껴지는 게 좋다.
그러나 단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2악장이다, 영상의 10:10 부터 시작한다.
1악장은 부분이었지만, 2악장은 전체에서 단 한 부분도 빠짐없이 좋아한다.
시작 부분은 반음계적 하강을 하면서 조성이 확실하지 않다가 렌토로 바뀌며 정착한다.
환기가 된 상태에서 시작된 진짜 음악은 오른손 위아래로 2도 음정이 두드러지는데,
항상 이 부분에서 소름을 느끼는 것 같다.
이 부분도 좋다, 영상의 11:15 부터 만날 수 있다.
나는 A5~A6 음역대에서 아련한 상행 도약이 있는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
16:15 부분에서 2악장이 끝난다.
2악장은 시작부분과 조성만 다르게 끝난다.
동일한 형태로 시작하고 끝을 맺은 것은 한층 더 아련한 느낌을 강화해준다.
추억 회상으로 여겼다면 현실로의 복귀를, 꿈으로 여겼다면 포기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2악장은 한 군데도 안 슬픈 곳이 없다.
그에 반해 3악장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시원시원한데,
위의 악보를 보면 알겠지만 pp로 끝나는 2악장 뒤에 갑자기 ff로 저음과 고음을 쾅 찍어버리며 등장한다.
전투해서 승리해 돌아오는 것만 같은 강렬하고 환희가 느껴지는 3악장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멸망적인 분위기의 시작, 극적인 해피 엔딩 서사를 완성한다.
이 앞에서 묵직함과 슬픔을 느꼈다면,
그 쌓인 공간을 시원하게 긁어 헤집어 훌훌 털어버리도록 해준다.
악보 부분은 20:45 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앞선 음악들에 비해 경박하다고 느껴질 수준으로 경쾌하게 끝난다.
얼핏 박터지는 황홀감을 안겨주기도 하며, 아렴풋한 큰 감정이 선명해진 느낌을 주거나,
그간에 빠져있던 "장조"를 걸터들이는 느낌도 준다.
강렬하고 비장한 1악장, 꺼진 화톳불의 여운을 받는 듯한 2악장에 비해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1악장에서부터 쌓여 온 해소되지 않은 텐션이 여기서 승화되어 강한 종결감을 느낄 수 있다.
한 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 거대한 흐름이 있으며
뼈를 시리게 하는 감각적인 화음들이 곡 안에 녹아있다.
창의적인 음형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곡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은 나에게 있어,
모든 피아노 독주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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